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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이 수기 <2016년 9월 7일>
    수기/2016 하노이 2019. 11. 30. 15:44

    7일 (하노이)

    - 본래 7일 닌빈 투어를 계획했으나 무산되고 10일 일정으로 황급히 바꿨다. 10일 일정은 원래 하롱베이에서 돌아온 뒤 넉넉하게 잡은 일정이라 8시까지 늦잠을 잤다. 어머니는 일찍 기상해 샤워를 한 뒤 나를 깨우셨다.

    - 피곤한 감이 있는 상태로 12층 레스토랑에 입장. 하우스 커피랑 베트남 티 중에 하나를 고르면 아침으로 대접해준다. 하우스 커피의 맛이 상상 이상이라 엄마는 내 커피까지 드셨다. 메뉴는 그다지 많진 않았는데 서양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내겐 좋았다.

    - 12층이라서 그런지 뷰가 괜찮은 편이었다. 엄마는 자리를 잘 잡았다면서 좋아하셨다.

    - 우리가 시켰던 계란 오뮬렛이 나왔다. 엄마는 딤섬을 맛있게 드셨고 나는 조각케이크와 토스트를 먹었다. 이러다간 베트남에 와서 베트남 음식을 전혀 접해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나중에 느낀건데 허툰 생각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짱띠엔 거리에 가야 한다 

     

     

    -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엄마와 나는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하노이 오페라하우스에 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엄마는 공연 두 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했고 나는 그래도 비공식적인 혜택을 우리한테 주겠다는 건데 아침 일찍 가서 도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여행을 위해선 확률적인 부분에 기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이다. 결국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하노이 오페라하우스에 갔다.

    - 오전 10시 경. 매표소 실장이 단상을 옳기고 있길래 아는 척을 했다. 일본계 혼혈 직원도 봤다. 순조롭게 결제를 하고, 잠깐이나마 수다를 떨었는데 혼혈 직원이 한국에 와본 적 있다고 했다. 어디어디 와봤냐고 물으니 명일이란다. 명일? 거긴 또 어딥니까, 하고 물으니 잠시 생각하다가 명동이라고 말한다. 홍대나 이태원은 가본 적 없느냐고 묻자 숙소가 그 근처였지만 가보지 못했다고. 대체 어딜 간 거지. 한강 공원이나 인사동은 가 봤으려나 싶었다.

     

     

    하노이의 무명 거리에서

     

     

    -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신 카페 여행사를 찾아 여정 마지막 날인 10일에 닌빈 투어를 예매했다. 65만 동을 달라고 하던데 솔직히 조금 비싸서 고민했지만 닌빈을 안 보고 갈 수도 없고, 어머니를 모신 터라 최대한 난코스 행은 지양해야만 했다. 예약을 마치고 있는데 밖에서 폭우가 쏟아지길 시작한다.

    - 입구에 한국인 둘이서 처마에 몸을 숨긴 채 비를 피하고 있길래 하루동안 한국인을 보지 못했던 엄마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한 명은 수원 한 명은 천안에서 왔는데 즉흥적으로 여행한다 했다. 시간이 나면 닌빈에도 한 번 가보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그들은 사전조사를 전혀 안 하고 온 듯 무심해보였다.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이란 참…​… 그들은 하롱베이 여행사를 찾으러 간다며 우리와 헤어졌다.

     

     

     

    호치민 광장

     

     

    - 호치민 묘까지 조금 걸었다. 신기하게도 여지껏 한번도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 컴팩트한 도시에선 정말이지 길찾기가 쉽다. 거기다가 유심칩까지 달고 있으니 나 같은 여행자에겐 금상첨화다. 그러나 우리가 걸어야할 거리가 문제였는데, 몇 km인지 기억은 안 난다만 구글 맵스 기준으로 도보로 25분이 걸린단다. 웬만하면 좀 걸어보려 했건만 도시 구획이 이상하게 되어 있어서 빙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기어코는 다시 택시를 탔다.

     

     

     

    하필이면 입장이 불가능했던 호치민 묘 

     

     

    - 호치민 묘에 도착. 입장하려던 중 공안 한 명이 길을 막아서고 있다. 친히 손바닥을 펴 보인다. 그러고는 가리킨다. 저 쪽으로 가라. 그의 말에 따라 어느 광장에 입장했다. 다른 공안에게 호치민 묘는 어떻게 가냐고 묻자 보수 중이라고 2개월 간 출입금지란다. 이런, 추적추적 습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광장 한가운데를 걸었다. 호치민 박물관은 일정에서 없었기에 별 신경 쓰지 않았고 주석궁과 호치민 생가를 보려 했건만 오후 두 시 오픈이란다. 가이드북엔 그런 말 없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베트남 프렌즈 가이드북……​ 이 시리즈는 처음 사봤는데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저스트고가 훨씬 나은 듯.

     

     

    바가지 악몽의 조짐

    - 광장에서 벗어나자 어느 택시가 호객행위를 한다. 어차피 더이상 볼 것도 없었기에 문묘로 이동, 그런데 미터기가 이상하게 찍힌다? 2천 동, 4천 동, 6천 동, 8천 동, 1만 동…… 요금은 껑충 껑충 뛰어오르더니 75,000동이 찍히던 게 아닌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문묘로 제대로 가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았고. 내가 뭐라뭐라 지껄이자 원 웨이, 온리 원 웨이(길이 하나밖에 없다)라는 게 아닌가. 내 길찾기가 틀렸든 맞든 확실한 건 이 택시가 이상하단 거다. 스톱 잇. 결국 중도하차했지만 돌이켜보면 적절한 선택이었다. 왜 더 빨리 내리지 못 했나 싶기도. 우리가 처음으로 당한 택시 바가지였다.

    - 택시에 내려서 급한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하니 나오는 건 이상한 시장이었다.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는 듯 내국인들은 우리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상식적으로 문묘라 함은 주위에 풀숲이 있어야 했는데 경황이 없는 터라 내가 첫 실수를 했다. 구글 맵스에는 문묘라고 나오는데 사실은 문묘가 아닌 것. 그나마 다행이라함은 엄마가 그토록 원하시던 샤워 타올을 구입했다는 소식이다.

     

    의외로 관리가 잘 되고 있었던 문묘

     

     

    -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길을 찾아서 문묘에 도착. 문묘는 의외로 외진 곳에 있었다. 엄마는 엄청난 크기의 고목을 보며 신기해하셨다. 3만 동인가 지불하고 들어온 것으로 기억한다. 초라했던 응옥썬 사당과는 달리 정원이 조성이 잘 돼있다. 공자를 모시던 사당이라고 한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베트남이 유교 문화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보루란다. 시간이 넉넉해서 여유롭게 돌았다. 엄마는 기념품 가게에서 좋아 보이는 불교 용품을 잔뜩 구입했다. 마지막에 다다르고 나선 도어벨까지 사시려고 하시기에 내가 황급히 만류했는데 옳았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하노이 박물관

     

     

    - 박술관 가는 길. 노점상에게 물을 한 병 샀다. 일 만 동이었나 준 듯. 실망스럽게도 무지막지하게 시원하진 않았다.

    - 하노이 박술관에 도착. 전시관이 다소 난잡한 구조라서 관람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박물관 측은 일부러 각 전시관마다 번호를 붙이고 팜플렛을 챙겨주는 등 기본적인 노력은 했다만, 설명이 베트남어라서 많이 아쉬웠다. 동물 석상을 주의깊게 봤는데 대부분 다 아는 영어 단어들이라 어머니께 설명하기 쉬웠다. 워낙 박물관 내부가 한적했던 터라 나와 엄마는 조각상을 만져보는 등 했다. 어머니 말로는 좋은 기운을 받아갈 수 있다나 뭐라나, 인자하고 근엄한 불상들의 모습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 12관 정도까지만 보고 지루해진 우리는 레닌 공원으로 이동, 밖이 무덥긴 했지만 습한 게 조금 풀려서 차라리 퇴장하는 편이 나았다. 레닌 공원에 도착, 설명을 해드리고, 사회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또다른 건물인 깃발탑도 보았다. 그러고는 잠깐 멈추어 길을 찾다가 하노이 고성으로 향했다.

     

     

    엄청난 오토바이 대열

     

    - 향하던 길에 오토바이 대열을 보았다. 엄마는 신기하다며 휴대폰을 꺼내 찰칵, 사람들 앞에서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언제 이런 광경 다시 보랴? 나도 셔터를 눌렀다.....ㅎㅎ

     

     

    하노이 고성

     

    ​- 하노이 고성에 입장. 입장료를 안 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경찰이 테이블에 앉아 손으로 가리키며 이쪽 방향으로 가라고 하더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건만 별로 볼 건 없었다. 베트남 전쟁 시절 군사본부로 쓰였다고 하는데 여전히 보안이 철저한 듯 했다.

     

     

    사진만 보면 무슨 채식주의자 식탁 같다 

     

    ​- 점심을 먹지 않았기에 슬슬 배가 고팠다. 어머니는 신기하게도 배가 고프지 않으시단다. 그런데 또 막상 음식을 보면 먹을 것 같다고. 그래서 택시를 타고 까까머리 직원이 추천해준 '닥 낌'이라는 가게로 향했다.

    - 유명세완 달리 초라한 외관을 보여주던 닥 낌이지만 맛은 그런 대로 좋았다. 다만 분짜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하지만 엄마 말대로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는 거 작은 액수는 마음에 두지 말자고 하셨기에 그대로 먹었다. 쌀국수가 의외로 맛있었는데 금방 배가 불렀다.

     

    다시 한번 바가지 

    - 본 10일의 일정이 끝났다. 하도 뽈뽈거리며 다니다보니 이른 시간에 우리는 할 일이 없게 되었다. 하노이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기에 잠시 휴식을 취하러 호텔으로 되돌아가기로 한 우리는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가 빙 돌아가더니 호텔 앞으로 가지 않고 호텔 옆에 내려주는 게 아닌가. 이번엔 9만 2천 동을 달란다. 그나마도 계산기로 92만 동을 내밀었다가 엄마와 내가 뭐라 하자 0을 하나 아웅한 셈이었다. 돈 몇 푼에 양심을 팔다니. 숙소로 돌아오면서 엄마와 투덜거리기를 계속하다가 나는 택시 기사들이 좀 불쌍하단 생각도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인데 자기 인격을 그렇게 쉽게 팔아치운다는 게 나는 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선진국 시민의 괜한 오지랖일 수도 있겠지만 보기에 좀 안 좋아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 잊자, 잊자. 어머니는 나를 다독여주었다. 침대에 누웠는데 발이 욱신거렸다. 신발 밑창에 물기가 조금 스몄기에 걷기 조금 그랬다. 나는 이따가 어머니께 발 마사지 받으러 가자 어쩌구저쩌구 재잘대다 잠깐 잠이 들었다. 휴식 시간이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공연과 함께 

    - 오후 5시 30분 다시 객실을 나서 택시를 타고 오페라하우스로 향했다. 요금은 약 2만 동. 그렇지, 원래 이 가격이었어. 엄마가 말했다. 오페라하우스 직원들은 우리를 보더니 양옆으로 줄지어 서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베트남식 차를 대접받고(약간 급조된 느낌이 강했다만) 어머니와 나는 최고급석에 앉았다. 역시 이른 아침에 오길 잘했다. 여행 도중 공연을 관람하게 될 일이 있다면 엉터리가 아닌 이상 꼭 보아라, 추억을 하나 돈 주고 사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니. 엔조이 더 쇼! 일본 혼혈 직원이 내게 말해주었다.

    - 대나무로 아크로바틱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공연. 베트남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간략하게 요약되어 잘 들어있다. 상거래부터 남녀간의 연애라던지, 물론 공연은 베트남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여기 적을 수 없지만, 충분히 재밌는 공연이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야말로 베트남에 온 것이 실감나던 공연(오른쪽 아래 아저씨 존재감 무엇?)

     

     

    - 공연이 끝나고 엄마와 나는 베트남 무용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황급하게 찍어서 사진이 잘 나왔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걸로 간직할 만한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겨서 좋았다.

    - 바로 옆에 있는 하일랜드 커피에 들어가서 음료를 시키고 앉아 있었다. 그러려니 얼마 안가 비가 쏟아졌고, 처마 밑으로 피해 있다가 닌민 재즈 클럽으로 이동했다.

     

     

     

    음악 없이는 못 살아

     

    - 재즈바답게 다소 으슥한 공간에 있었다. 들어가서 내가 9시에 공연 시작하는 거 맞냐니까 종업원이 끄덕거린다. 나는 공연 시작할 때에 맞춰 맥주를 두 병 달라고 했고 위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10분 정도 기다렸다.

    - 콰르텟이 슬슬 자리를 잡고 연주 시작. 총 네 곡을 감상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아는 곡은 The Girl From Ipanema와 Moon River였다. 나머지 두 곡도 좋았는데 네이버 음악검색을 이용할 수도 없는 일이니……​​​ 환상적인 밤이었다. 외국인 답지 않게 우리는 11시가 되서야 길을 나섰지만, 호텔으로 안전하게 잘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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