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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이 수기 <2016년 9월 9일>
    수기/2016 하노이 2019. 11. 30. 16:53

    HOME SWEET HOME 

     

    9일 (하롱 -> 하노이)

    - WELCOME HOME! 다시 하노이 엘레강스 다이아몬드 호텔에 리엔터했다. 그러자 호텔도 나름의 성의를 보였는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해주었다. 그렇지. 이렇게 좋게 가면 얼마나 좋아. 나는 벌써 호텔의 '미세한 쪼잔함'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괜찮은 서비스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모른 체 해주었다.

     

    - 브런치는 대충 선상에서 챙겨먹었긴 했지만 돌아오는 데만 해도 갈 때와 같이 장정 4시간의 여정이라서 우리는 피곤한 동시에 배가 고팠다. 시간도 아깝고 하니 남은 체력을 가지고 다시 하노이 여정 시작.

     

    - 하노이 구시가 탐방. 관광을 목적으로 하노이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만은 알아두자. 관광 도시로는 굉장히 좁은 곳이 하노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 보는 재미, 과거 왕에게 바치던 예물을 파는 상인들의 거리를 구경했다. 짝퉁 시계와 그림을 인상깊게 보았다. 짝퉁 시계의 경우 가격대만 괜찮으면 하나 사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철없는 과오였다. 값도 한화 이십오만 원을 호가할 정도였으며, 무엇보다 시계 상태가 좋지도 않았고, 곧 내 생일이라고 하니까 십오만 원이었나 대폭 깎아주는 거 아닌가. 다행히도 어머니가 베트남서 호갱될 뻔한 나를 옆에서 말려주었다. 고맙다.

     

     

     

    무진장 비쌌던 꺼우 고 레스토랑 

     

    - 하노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꺼우고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팔십만 동 가까이 쓴 건 안 자랑.....) 내 몸 상태를 기준으로 어머니도 많이 지쳐있었을테니 뭔가 고풍스런 대접을 하고 싶었다. 전망은 진짜 좋더라. 메뉴도 많을 뿐더러 맛있는 편이고(가격 대비는 별로였지만). 어머니는 메뉴 선택을 잘못해서 이상한 브런치류가 나왔다. 내가 그렇게 영어 해석을 열심히 해줬는데, 쩝. 아쉽다. 나는 제법 선방했다. 해산물 수프가 굉장히 인상깊은 맛을 냈고 엄마가 시킨 음식이랑 내가 추가주문한 하노이 맥주가 잘 어울려서 좋았다. 밥은 뭐 밥이니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지. 이런 식으로 리뷰 쓰는 버릇 고쳐야 되는데 걱정이다.

    - 어머니는 나의 개척 정신을 본받아서 하노이 구시가를 헤집고 다녔다. 원래 헤메여도 시간은 넉넉한 날이었는데 요새는 하도 기술이 좋아서 구글 맵스만 있으면 정말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손 쉽게 반 쑤안 마사지를 찾아서 난생 처음으로 돈 내고 마사지를 받아봤다. 상의를 탈의하라는데 왠지 부끄럽더라. 한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외국인들은 나만 보면 일본인인 줄 오해한다. 아 유 재패니즈?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어언 밤이다.

     

     

    이래봬도 상급 한국어 구사자로서 베트남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 묘하더라. 조금 아팠다. 그치만 뭐 어떤가. 손맛은 좋았다(?).

    조금만 더 해줬어도 괜찮았을 거 같은데 시원하려고 하니까 더 안 해주더라. 섭섭했다. 그래도 처음이니 팁은 넉넉하게 줬다. 어머니는 그닥 만족하신 것 같지도 않으면서 또 팁을 어마어마하게 주고 나오려 하길래 말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 나와서 구시가지를 걷는다. 오토바이들은 여전히 쌩쌩, 여기느 도로교통법이 어떻게 되있을까 심히 궁금했다.

    - 광장으로 나오니 한국과 달리 텅 비어있어서 좋다. 소설가 김중혁이 『뭐라도 되겠지』에서 말했듯 광장은 확실히 비어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처럼. 누군가는 자유롭게 연설을 하고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와 토론을 벌이고 또다른 누군가는 예술을 하고…… 얼마나 좋은가? 아직 유럽에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다만 이탈리아를 위시한 유럽 대부분의 광장은 텅 비어있다고 한다. 한국은 뭐 군중의 결집을 두려하는 건지는 몰라도 왜 꽃송이나 심어놓는지 잘 모르겠다. 사진 찍으라고? 차라리 여기가 더 찍을 게 많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전통적인 공연 중 하나인 것 같다 

     

     

    - 확실히 여기가 더 찍을 게 많았다. 너무 더워서 KFC에서 아이스크림 콘 두 개를 사서 먹으며 거닐던 때. 호안끼엠 호수의 야경이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는 응옥썬 사당의 입구에선 베트남 전통 복장을 하고 나온 사람들이 그들만의 전통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는 굉장히 흥미롭게 봤는데 엄마는 피곤했는지 관심없어 하셨다. 아무래도 너무 더웠으리라. 이 날은. 그럼에도 나는 이걸 놓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찍었다. 노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현지 분위기를 물씬 느끼는 데에는 충분했으리라 생각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돌아가는 길에 노상에서 쇼퍼홀릭 기질을 버리지 못하셨다. 일정 하루 남았는데 내게 슬리퍼를 사 신겼고, 동생 준다면서 가방도 하나 샀다. 못 말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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